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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견성(見性) - 마음을 보다 63.
작성자 초의차 (ip:59.5.7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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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3-01-19 10: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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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9

견성(見性) - 마음을 보다 63.

 

견성(見性)하던 날.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때나는 북암에 살았다.

동짓달 열이레 날은.

무척이나 달이 밝았다.

 

나는 예전처럼,

달을 보고 있었다.

 

달을 보다 지루하면,

발아래 산천을 내려다본다.

 

밤은 깊어만 가고,

날씨는 추워만 지는데,

 

달에 취해서,

그칠 줄을 모르고,

달만 바라보고 있었다.

 

달을 바라보고 있으면,

달이 점점 커진다.

달이 너무 커져서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바라다본다.

 

눈을 깜박이면,

달은 다시 작아져서,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다시달을 바라다 보고 있으면,

달은 점점 커지기 시작하고,

너무 커져서 보이지 않게 되고,

 

눈을 깜박이면,

달은 다시 이전 모습으로 돌아간다.

 

밤새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달을 바라보면서,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다.

 

그래도,

이토록 좋을 수가 없었다.

지루하지가 않았다.

이때는

아무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직 달과 마주하는 일 뿐.

높은 산꼭대기 바위에는,

나와 달,

둘 뿐이다.

 

둘이서 밤을 샌다.

 

그 많던 갈등과 시비,

그 많던 고통과 괴로움,

그 많던 좌절과 비관,

그 많던 생각과 번민,

그 많던 혼란과 방황,

그 많던 공포와 두려움,

 

모두가 다 사라진다.

 

그래서나는

달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달을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달을 보고 있으면,

아무 근심도 걱정도 일어나지 않는다.

 

달을 보고 있으면,

두려움도 공포도 사라진다.

 

달을 보고 있으면,

시비도 갈등도 사라진다.

 

달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달을 보고 있으면,

삶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달을 보고 있으면,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게 된다.

 

달을 보고 있으면,

한없이 행복해진다.

 

그래서,

나는 달을 보기를 좋아했다.

미친 듯이 좋아했다.

 

달을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을 다 잊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달이 사라지고 없다.

나도 사라지고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 세상이 다 사라지고 없다.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

 

한동안 나는,

그렇게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는지,

눈앞이 밝아지고,

텅빈 허공이 보였다.

 

아무것도 없다.

 

나도 없고,

달도 없고,

세상도 없고,

빛도 없고,

색깔도 없고,

소리도 없고,

느낌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시간도 없다.

공간도 없다.

갓도 없다.

하나이다.

 

빛은 없지만 어둡지 않다.

 

본다.

안다.

이 두가지만 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름도 없다.

마음도 없다.

부처도 없다.

 

진아(眞我)도 아니다.

진공(眞空)도 아니다.

불성(佛性)도 아니다.

여래장(如來藏)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다 허명(虛名)이다.

 

그렇게

긴 밤을 보낸 것 같다.

내가 몹시 춥다고 느껴서

제 정신이 돌아 왔을 때는,

새벽이었다.

 

서둘러 방으로 들어와,

이블 밑으로 기어들어가,

자리에 누웠다.

 

잠간 감았던 눈을 뜨니,

천정이 사라졌다.

문을 보니 문이 없다.

벽을 보니 벽이 없다.

나를 보니

나도 보이지 않는다.

 

온 세상이 모두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었다.

 

이전처럼

어둡지 않은 밝은 허공.

 

허공을 바라보며,

모든 것이 다 멈추었다.

 

이것이

내가 본 것의 전부이다.

내가 본 것은

텅빈 허공뿐이다.

 

잠시 잠이 들었다가,

새소리에 깨어나 보니

날이 밝아져 있었다.

 

이후에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날이 밝았다.

내가 처음 본 날이었다.

 

이것을 견성(見性)이라고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2023년 1월 1일.


고월 용운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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